[사진] 명예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김성길(가운데) 대성중공업(주) 대표이사가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최태근(왼쪽) 전 시의원, 본보 김동인(오른쪽) 발행인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사진은 김성길(오른쪽) 대성중공업(주) 대표이사가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최준영 총장으로부터 명예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고 있는 모습이다.
대성중공업(주) 김성길 대표이사가 지난 2월 14일 오전 10시 30분 한국산업기술대학교 학위수여식에서 명예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온갖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고 우리나라 최고의 크레인 제조회사를 일군 김 대표의 이날 인사말을 감동 그 자체였다. 이번 호에서는 김 대표의 ‘사사’를 원본 그대로 보도하기로 했다.[편집자 주]
존경하는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최준영 총장님과 관계자 여러분!
먼저 여러모로 부족한 저에게 ‘명예경영학박사’ 라는 과분한 영광을 주신데 대해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시골에서 5형제 중 차남으로 태어난 저는, 어린 나이에 10대 가장이 되어야만 했습니다. 학교 가는 날 보다도 지게를 짊어지는 날이 많았던 저는 중학교를 간신히 졸업하고, 노천야숙생활을 하며 오늘은 이 거리 내일은 저 거리를 헤매기도 했지요.
생활비를 벌기위해 냉동 창고에서 생선을 나르기도 했고 철공소 일도 해보았습니다. 저의 사회 입문은 이렇게 시작하였답니다. 이때 느낀 것이 “내가 기술을 가져야 동생들이 탈선하지 않고 학교 졸업을 할 수 있고 배고프지 않을 수 있다.” 는 생각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더욱 더 열심히 일했고, “너라면 할 수 있다.” 는 주위의 격려에 힘입어 “광주직업훈련원”을 수료할 수 있었습니다.
■최고의 용접기술자가 되는 게 인생 목표
원자력발전소 용접사 조공으로 취직한 저는 용접공이 얼마나 부러웠던지, 최고의 용접기술자가 되는 것이 제 인생의 목표가 되었습니다. “용접공이 되자”라고 결심은 했지만, 가르쳐주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막막하기만 하였습니다.
그래서 생각 끝에 용접봉과 철판을 모아 두었다가, 모두가 퇴근한 밤에 몰래 밤을 새워가면서 연습에 연습을 거듭해 자격증을 취득하였고, 군복무를 마치고 가족의 생계를 위해 저는 보다 큰 꿈을 안고 스물두 살에 사하라 사막이 있는 리비아로 출국하였습니다.
도착하고 보니 리비아는 차드와의 전쟁이 한창이었지요. 제가 배치 받은 지역인 최전방 타져보에서는 탈영병과 마주치는 날이 많았습니다.
제가 용접을 한다는 것은 일종의 신분상승이었고, 열망하던 꿈이었습니다만, 풀 한포기 없이 58도가 넘는 사하라 사막의 뜨거운 열풍 앞에서의 용접은, 고통 바로 그 자체였습니다.
무더위와 모래바람, 향수병을 이기지 못해 몇 달 내로 돌아가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저는 이를 악물고 6년을 버티며, 깐깐하기로 유명한 영국 감독관도 혀를 내두르는 최고수준의 용접기술자가 되었습니다.
리비아에서 돌아와 보니 동생들은 학교를 졸업을 했고 저도 결혼도 하고 취직을 하였습니다만, 다니던 회사가 부도가 났고, 또 다시 취직한 회사에서는 여러 달 동안 봉급을 받지 못하였습니다.
■끼니 걱정하며 650만원으로 사업시작
끼니를 잇기가 어려운 막다른 상황으로 내몰린 저는, 94년도에 장모님께 650만 원을 빌려, 용접기 두 대와 1톤 화물차 1대를 가지고 30살의 나이에 창업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작업할 마땅한 장소가 없어 분양을 위해 철조망을 쳐 둔, 나대지에 몰래 들어가, 아파트에서 버린 농짝을 주워 기둥을 세우고, 헌 천막으로 지붕을 만들어, 낮에는 영업을 하고 밤에는 혼자서 크레인을 제작 하였습니다.
어느 날은, 꼬박 일주일을 한 순간도 자지 않고 밤샘 작업을 하다가 그만, 감시원의 야간 순찰에 걸려 공터에서 쫓겨나고 말았습니다.
납기는 며칠 남지도 않았는데 눈앞이 캄캄하더군요. 그러나,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공동묘지 앞에 빈터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묘지 앞으로 옮겨, 낮이고 밤이고 용접을 했습니다. 공동묘지에서 밤마다 파란 용접불꽃이 튀니 무슨 도깨비불로 착각했던지, 사람들도 안 오더군요.
■국내 최대 크레인 제조회사, 조선조 설립
그렇게 시작한 사업은 5년 후 이곳 정왕동에 최초의 공장을 500평 규모로 신축하게 되었고
“앞으로 미래는 바닷물과 항구가 없이는 미래도 없다.”라고 판단하여 평택 포승공단으로 회사를 이전하여 250톤 외 수십기의 크레인을 필리핀 수빙만에 수출한 것을 시작으로 1,600톤의 거대한 골리앗크레인 및 컨테이너크레인을 쿠웨이트 및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멕시코, 카타르, 미국 등에 수출하는 등 국내 최대의 크레인 제조회사로 성장하였습니다.
지금은 대불공단에 40,000평 규모의 자회사인 ‘디에스중공업’을 설립하여 유조선과 대형 화물선의 데크하우스 및 메가블럭을 임가공으로 제작하고 선박의 도장까지 처리하고 있습니다.
2012년에는 서울에 ‘디에스엔지니어링’을 설립하여 해양플랜트 석탄하역기기, 화력발전소, 환경기기 및 석유를 정제 하는 히터 등을 국내외 유수기업들과 경쟁하여 당당히 설계 및 시공을 수주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국무총리상’을 비롯한 장관 및 국세청장상 그리고 천만불 수출의 탑 등을 수상하기도 하였습니다.
■ 1,133억 투입 ‘KPU-DS벤처타운’ 건설
그러나 더욱 기쁜 것은 현 정부의 ‘창조경제’의 일환으로,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제2지에 부지비용 433억원과 건설비용 700억원을 투입하여, 1차 5월 15일 준공을 목표로 ‘KPU-DS벤처타운’을 건립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벤처기업을 입주시켜 입주기업에겐 본 대학의 우수인력을 취업시키고 대학에서 보유하고 있는 유휴장비를 지원하여 연구가 필요한 기업에겐 교수님과 함께 연구 개발하여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 일등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터전이 되도록 할 것입니다.
이 벅차고도 새로운 도전을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저는 저의 모든 것을 걸고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총장님, 그리고 관계자 여러분!
송구스럽게도, 오늘 주어진 ‘명예박사’가 저에게 어떤 의미인지 아직은 잘 느끼지 못하겠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산업 현장에서 가장 밑바닥 기술이라 할 수 있는 용접이라는, 단 하나의 기술에 전념하여 오늘의 대한민국 경제 발전에 이바지했다는 것입니다.
■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하고 한결 같이
그리고 국내 산업기술 분야에서 최고의 대학인 한국산업기술대학에서 명예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으니 너무나 영광스러울 뿐입니다.
이 앞에 앉아계신 어머님에게 이 영광스런 박사모를 씌워 드릴 수 있어 더 없이 기쁘고, 어려운 과정을 함께 참아낸 아내 구한숙씨에게 살다보니 우리에게도 이런 행복이 있다고 말 할 수 있어 참으로 감사 할 뿐입니다.
그리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용접이란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하고 한결 같아야 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순수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야 아름답고 견고한 용접이 됩니다.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제 마음이 흔들리고 과하거나 지나칠 때마다 오늘의 이 영광스런 학위복을 꺼내보며, 앞으로도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이 곧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저를 다잡아 나가겠습니다. 지금까지 지내오면서 어느 것 하나 내세울 것 없던 저에게 학연, 지연, 혈연이 얼마나 중요 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형제 같은 우리 회사 직원들, 늘 지켜봐주시고 격려해주신 여러 어르신들, 일일이 모두 거론 할 수 없는 선배, 동료님들과 이 영광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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