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자호란, 삼전도 굴욕 안겨준 청나라 수도 선양

지난주 며칠동안(5일~9일) 고구려 유적지 탐방행사를 하면서 청나라(1616년~1912년) 초기 수도였던 선양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지금은 중국 동북 3성의 대표적인 도시로 교통의 요충지가 됐지만, 이 땅은 한때 고구려 땅이어서 선양을 찾은 우리 일행의 감회는 남달랐다.

이동하는 버스에서 가져간 '하버드대 중국특강'이라는 책을 꺼내보니, 청나라는 오늘날 중국영토를 완전히 통일했던 최초의 왕국으로 기록돼 있다.

5천년 중국 분열의 역사를 뛰어 넘은 것은 한족이 아라 그들이 오랑케라 호칭했던 만주족이였다고 '하버드대 중국연구소'는 기록하고 있다.

아무튼 청나라 이전부터 선양은 북방 유목민이 세운 요나라(거란)와 금나라(여진) 때 중원의 한족과 무역하는 중심지 역할을 했던 곳이다.

청나라에게 중국을 내줬던 명은 북방 유목민을 다스리기 위해 이곳에 심양위를 설치했고, 이것이 오늘날 도시 이름이 되었다는 기록이다.

선양은 1625년 만주족의 누르하치가 후금(1616년)을 세워 수도로 삼으면서, 1644년 청나라로 국호를 바꿔 북경으로 천도하기까지 영화를 누렸던 도시다.

선양고궁(沈阳故宫)은 북경의 자금성과 함께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는 최고의 명소로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고구려 유적탐방에 나선 우리는 5일밤 중국행 비행기에 올라 선양 타오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인천에서 100분 거리였다.

동방은좌호텔에 여장을 풀고 다음날 아침 선양고궁을 둘러봤다. 고궁은 북경 자금성처럼 크기나 규모가 웅장하지는 않았지만, 중국 최초의 통일제국의 위용은 곳곳에서 드러냈다.

선양고궁을 오전내내 둘러본 뒤 백두산 천지연 등정을 위해 꼭 지나야하는 도시 이도백하를 향한 7시간의 버스여정을 소화했다.

이동하는 버스에서 책을 읽다가 자다가 밖을 보며 쉬다가를 반복하면서 백두산 천지를 발원지로 둔 송화강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웅혼한 고구려의 고토를 더듬어 보았다.

우리민족 DNA에 숨어있는 웅대한 대륙적 기질이 이 넓은 영토에서 기원했을거라는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고구려 유적지 첫 탐사였다.

■ 고구려 광개토왕비와 장수왕ㆍ태왕릉ㆍ국내성터

8일 우리는 오전부터 지린성 집안시 태왕진에 있는 고구려 제19대 광개토대왕의 능비를 방문했다. 잘 알려진 것처럼 광개토대왕의 능비는 안들 장수왕이 세운 능비다.

414년 세워진 능비는 응회암 재질로 높이가 6.39m 너비가 2m 가량되는 방추형 모양이었다. 측면은 1.5m가 조금 안되는 크기로 거대한 유리전각 안에 보관돼 있었다.

중국은 능비이름을 호태왕비로 적어두고 있었다. 1775자가 예서로 네면 모두 빼곡히 적혀있지만, 그 가운데 150자는 판독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비석은 조선 후기까지 금나라(여진족) 황제의 비로 알려졌지만, 청나라 봉금제도가 1880년대 해제되면서 비로소 발견됐다고 한다.

비문의 내용은 1888년 일본학자 요코이 다다나오가 쌍구가묵본을 바탕으로 비문의 내용을 공개함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이곳에서 300여m 떨어진 곳엔 고구려 왕릉급 적석총이 있다. 1913년 조사시 출토된 명문이 있는 벽돌이 발견, 태왕릉이라고 불리게됐다.

무덤의 주인공은 정확히 누구인지 알 수 없지만, 전문가들은 능 축조년대를 4세기말 5세기초로 미뤄 광개토왕의 능으로 보고 있다.

태왕릉은 고구려 최전성기 돌무지무덤으로 국내성 시기 고구려 왕권의 크기와 지배력을 짐작하게하는 중요한 유적이다.

우리 일행은 돌무덤 위쪽 석관묘를 찾기전 묘앞에서 단체로 묵념을 올리며 태왕릉의 넋을 기리고 이곳까지 찾아온 사연을 고하는 간단한 의식을 가졌다.

백두산 천지나 압록강변, 장수왕릉과 태왕릉 등지에서 현수막을 들고 단체 기념사진을 찍거나 애국가 같은 국가를 부르지 못하게하는 당국의 규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차량으로 5분거리에 떨어져 있는 동양의 피라미드 장수왕 무덤으로 이동했다. 장수왕 무덤은 거대한 석릉으로 거의 완전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정사각형 기단은 한변이 33m에 높이 13m 크기로 4면에는 거대한 호석 12개가 피라밋을 보호하고 있었다.

무덤의 주인공은 장수왕으로 추측되고 있지만,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유품이 모두 도굴돼 추측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성터는 거대한 분지에 남아 있지만, 그 이후 성을 쌓은 석재가 주변 건축자재로 쓰이는 등으로 크게 훼손돼 지금은 일부 흔적이 보존돼 있다.

■ 5천년 분열로 점철됐던 중국 역사의 비밀

고구려 유적지 탐방에 나선 서울대동창회 산하 산악회 일행은 이번 방문을 통해 백두산 천지연과 장백폭포 압록강 단동 등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가장 기억에 남는 탐방은 고구려 국내성을 방문, 장수왕릉과 광개토왕 능비, 태왕릉 방문과 선양, 송화강을 거슬러 올라가며 만난 거대한 만주 벌판이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중국은 진나라부터 마지막 제국 청나라까지 모두 49개 왕조 282명의 황제가 다스렸던 거대한 대륙이다.

중국왕조의 평균 존속기간은 70년으로 비교적 짧았던데 비해 청나라는 296년간 존속한 나라로 오랜기간 중국을 통치했던 제국이었다.

5천년 분열의 역사를 특징으로 하는 중국은 대부분 구 정권출신 엘리트의 반란으로 나라가 무너졌던 역사를 가지고 있다.

282명의 중국황제 가운데 152명은 자연사(53.9%) 했지만, 정적으로부터 살해(26.95%) 당하거나, 내란(11.34%) 또는 외란(2.48%), 심지어 가족으로부터 살해된(2.12%) 경우, 기타(3.19%) 독살 등으로 생을 끝낸 경우도 흔히 있었다.

과거와 달리 오늘날 정보가 넘치는 세상이지만, 중국에 대해 제대로 된 정보를 접하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도 중국에서 마오쩌뚱은 왜 중요한지, 중국은 아시아를 이끄는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인지, 중국의 부상에 맞선 미국의 전략적 과제는 또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된다.

과연 타이완은 중국본토와 통합될 수 있는지, 자유를 요구하는 홍콩 민주화 운동은 중국대륙에 또 어떤 파장을 몰고 올 것 인지 이 모든 것이 중국역사에 그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