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시정책기획단 저출산 고령사회분과 최준렬 위원장

최준렬 원장은 “제가 만든 생명은 아니지만 한 생명을 받아내는 것은 한 우주를 받아내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창조적인(creative) 일을 할 때 가장 기쁘고 귀중한 의미를 부여한다. 신의 창조사업이 인간의 몸을 통해 계속 이루어진다고 하면 산부인과 의사는 신의 창조사업에 동반자이고 큰 조력자이기도 한다.”고 산부인과에 대해 말한다.

■ 저출산 문제는 현실, 인프라 부족도 심각한 수준

최 원장은 최근 현장에서 체감하는 저출산 문제의 현실 또는, 과거와 달라진 점에 대해, 동내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끊긴 지 오래되었다고 오래 전부터 말을 했다. 옛날에는 우리병원 대기실에 신생아들이 울고 있으면 시끄럽다고 싫어했는데, 지금은 모두가 신기한 듯 다가와 들여다 본다. 1991년 개업 당시만 해도 셋째 아이 분만은 의료보험 혜택도 없었고 신천권에도 분만하는 산부인과가 한때는 6개나 있었으나 지금은 우리병원 밖에 남아 있지 않다.

저출산으로 산부인과를 찾는 수요가 적어지니 산부인과 레지던트 모집에도 미달사태가 수년간 지속되고 있고 분만을 담당하는 산부인과 의사를 구할 수 없어 산과 의사들의 노령화도 큰 문제이다.

향후 10년 후에는 아기를 받을 산과 의사들이 턱없이 부족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과거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은 퇴임사에서 북핵보다 무서운 것은 저출산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그 당시보다 더 심각한 저출산의 늪에 빠져있고 개선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 저출산 시대 지역을 대표하는 산부인과 전문의로서 느끼는 점

31년 전에 시흥시에 와서 지금까지 분만실을 묵묵히 지키고 있다.

산부인과 의사는 한 명의 환자를 진료하는 것이 아니라 한 가정의 역사를 공유하기도 한다.

산부인과 특성상 일요일 공휴일도 없이 24시간 긴장 상태에서 병원에 머물러야 하기 때문에 직원들을 구하기가 어렵다.

또한 헌혈 인구가 줄어들어 혈액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가슴 졸이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 있다. 전쟁이 일어나면 군인이 나가 싸워야 하듯 새 생명이 태어나는 곳에는 산과의사가 꼭 있어야 합니다.

분만이 많아 병원 경영이 좋을 때는 분만실을 운영하다 분만 건수가 줄어 병원 경영이 힘들다고 분만실을 폐쇄하는 염치없는 짓을 하지 않으려고는 하는데 한 개인이 감수하기에는 고통이 너무 큰 것은 사실다.

■ ‘아기 키우기 좋은 도시’ 시흥을 만들기 위해 시에 바라는 점

저출산 문제해결에는 백약이 무효하다고 말을 한다. 중앙정부에서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많은 정책을 개발하고 있을 것이다.

시흥시 지자체에 할 수 있는 일에는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래도 소소하지만 크게 감동을 주는 분만과 양육 환경을 조성하는 일부터 시작했으면 한다.

분만을 담당하는 분만병원의 애로 사항을 경청해주시고 분만 인프라가 붕괴 되지 않게 지자체가 협력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팬데믹을 국가가 관리하듯 가까운 미래에는 분만과 산후조리도 공공의료가 담담해야 할 상황이 올지도 모릅른다.

■ 시흥시 정책기획단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계획

31 년 간 시흥시민들이 꾸준히 사랑해주시고 도와주셔서 이렇게 크게 발전할 수 있었다.

임병택 시장이 평소 다른 도시보다 저출산 대책을 앞서 준비하고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를 내보이셨다. 시흥시와 분만을 담당하는 산과 의사로서 당연히 손을 맞잡고 여성과 어린이들이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어떤 일이든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인구고령화 문제는 분모에 해당하는 전체인구를 늘리는 것으로, 분만을 늘리는 방법밖에는 없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기를 낳은 가정에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그래서 아기는 개인이 낳고 키우는 것은 국가나 지자체에서 담당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녀 한 명당 매월 150~200 만원씩 성인이 될 때까지 직접 지원하는 것이다. 천문학적인 재정을 쏟아 붓고도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보조금이 효율적으로 배분되지 못한 원인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분만 수가는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아 분만건수가 많지 않으면 분만실을 운영하기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분만 때문에 24시간 근무해야 하는 직원들이 있어야 하고 그 인건비를 충당하기에는 어느 정도의 분만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60만 시흥시의 분만 인프라는 이제 한계치에 도달했다.

■ 산부인과 의사, 수필가이자 시인으로서 활동하게 된 이유는?

의사들의 생활은 굉장히 단조롭다.

출근해서 진료하고 당직하고 비번인 날에는 집에서 휴식을 취하는 지극히 따분한 일의 연속이다. 특히나 산부인과 의사들은 환자가 있든 없든 24시간 병원을 지켜야 하는 속박이 있습니다.

잠시 틈이 나면 그 시간에 딱히 할 일이 없습니다, 저는 그 틈새에서 독서하는 일이 가장 효율적이고 재미있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책을 쓰기 위함입니다.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나의 이야기를 하기 위함인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 지역신문에서 매주 제가 글을 써서 채워야 할 공간을 준 적이 있었다. 그 원고를 모아 첫 수필집을 냈고, 2018년부터는 매년 시집을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주위의 사소한 사물들을 오래 응시하고 대화한 것들을 일기처럼 기록하고 시간이 있을 때마다 만지작거리면 글이 됩니다.

올해도 저의 네 번째 시집이 나올 것입니다.

책을 출간하고 그 책을 나누어 읽는 것은 내 은밀한 영혼의 세계를 타인에게 보여주는 일이기도 하다.

살아서도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고 죽어서도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책은 내가 사라진 후에도 누군가에게 말을 걸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